극단적인 근무시간의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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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스타트업의 착각과 현실

AI 업계에 새로운 광풍이 불고 있다. Cognition과 같은 AI 스타트업들이 직원들에게 주 80시간 이상의 근무를 요구하고 있으며, 이는 중국에서 금지된 ‘996’ 근무 패턴과 유사한 수준이다. 이들 회사의 CEO들은 “극한의 성과 문화”를 자랑스럽게 내세우며, 직원들이 주말에도 사무실에서 밤늦게까지 일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고 있다.

허상에 기반한 광적인 추진력

이런 극단적인 근무 패턴의 근거는 무엇인가? AGI(인공일반지능) 달성을 위한 경쟁에서 뒤처지면 ‘게임 오버’가 된다는 믿음이다. 하지만 현실을 냉정하게 바라보면, ChatGPT 출시 이후 거의 3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AGI의 징후는 전혀 보이지 않는다. 몇 달만 버티면 될 것이라던 극한의 근무가 수년간 지속될 수도 있다는 의미다.더욱 씁쓸한 것은 이런 무모한 도전이 실제 성과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극한의 성과 문화를 자랑하는 Cognition의 Devin은 2025년 조사에서 가장 적게 언급된 AI 도구 중 하나였으며, 일주일 7일 근무를 강요하는 Icon은 결국 월 1,000달러에 광고를 무제한 제작해주는 평범한 광고 대행사로 전락하고 말았다.

착취와 포장된 희망사항

AI 스타트업들은 “세대를 건너뛸 수 있는 부”를 약속하며 젊은 직원들을 유혹한다. 1-3년만 견디면 천만 달러의 보상을 받을 수 있다는 감언이설로 말이다. 하지만 이런 성공 사례는 극히 일부에 불과하며, 대부분의 직원들은 건강과 인간관계를 희생한 채 결국 빈손으로 떠나게 될 가능성이 높다.장시간 근무에 대한 비효율성은 이미 증명된 사실임에도 불구하고, 이들 스타트업은 여전히 시간만능주의에 매달리고 있다. 진정한 혁신은 시간의 양이 아니라 질에서 나온다는 기본적인 사실을 외면한 채로 말이다.

시장의 냉혹한 현실

Magic.dev의 사례는 이 업계의 허상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1년 전 5억 1500만 달러를 투자받으며 1억 토큰 컨텍스트 윈도우를 지원한다고 자랑했지만, Google의 Gemini와 Claude가 각각 200만, 100만 토큰을 지원하기 시작하면서 그들의 기술적 우위는 급속히 줄어들고 있다. 더 나쁜 것은 아직까지 공개적으로 사용 가능한 제품조차 출시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이는 AI 업계의 본질적인 문제를 드러낸다. 기술의 발전 속도가 워낙 빠르기 때문에, 극단적인 근무시간으로 얻은 일시적 우위마저도 몇 달 만에 무의미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직원들의 희생만 남을 뿐이다.

개인적 경험에서 우러나는 회의

나 역시 스타트업에서 일해본 경험이 있다. ‘올라운드 플레이어’이어야 했고, 퇴근 후에도 집에서 일을 해야했으며, ‘다음 투자가 이어지면’ 모든 것이 달라질 것이라는 희망에 매달렸다. 하지만 현실은 냉혹했다. 성공에 대한 확신은 시간이 지날수록 희미해졌고, 당초 약속되었던 비전의 실현 가능성은 더더욱 요원해 보였다. 극단적인 근무시간이 가져다주는 것은 성과가 아니라 착각이다. 바쁘게 움직이는 것을 진전으로, 야근을 헌신으로, 번아웃을 성장통으로 포장하는 동안, 정작 중요한 것들 – 지속가능한 혁신, 진정한 가치 창조, 그리고 인간다운 삶 – 은 모두 뒷전으로 밀려나게 된다. AI 스타트업의 극단적 근무 문화는 결국 지속불가능한 환상에 불과하다. 진정한 혁신은 시간의 폭력이 아닌 창의성과 지혜에서 나온다는 생각이다.

사람마다 미래 가치에 대한 의미가 같다고 보긴 어렵다. 누군가는 지금의 문제를 해결하여 나의 일에 대한 가치를 높이는 것이 중요할 수 있으며, 누군가에게는 가족으로써의 의무 , 업무 보다 더 우선한 일이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결국 스스로의 결정에 따르는 것이 중요한 것이다. 미래 가치에 대한 나의 투자가 성과를 낼것이라는 자신의 판단에 따라 현명하게 결정되길 바란다.

열정은 탓할 수 없다. 다만, 정말 소중하다고 생각한 것에 써야 한다는 마지막 비상금 처럼 사용해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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